국문초록

한국의 민주화운동 시기에 대표적인 저항 시인이자 문화운동가였던 김지하는 사상적인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주창한 민중사상과 생명사상은 다양한 문학, 철학, 종교, 사상을 품고 있다. 이 글은 김지하의 사상과 관련하여 과거에 많이 조명되지 않았던 부분에 주목하였다. 즉 김지하가 문학 활동과 사회운동을 펼치는 과정에서 그리스도교 사상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또 반대로 김지하의 문학적 상상력은 한국 그리스도교 사상에 어떤 자극을 주었는지를 다루었다. 그래서 김지하와 한국 그리스도교사상이라는 주제 아래에 김지하가 반독재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거쳤던 사상적 변화, 그리고 그리스도교 사상과의 접점을 두 가지 사례로살펴보았다.

첫째, 김지하는 일생토록 스승으로 모셨던 장일순이 천주교 원주교구에서 이끌던 평신도 그룹에 참여하여 천주교의 사회적 가르침에 대하여 학습하였다. 그 과정에서 김지하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 근대 산업사회의 부정적인 문제들에 대한 교황 회칙 등을 읽었다. 그리고 이러한 독서 경험을 자신의 문학과 사회 활동의 자양분으로 삼았다. 김지하가 받아들인 천주교의 사회적 가르침은 그의 작품들에 잘 반영되어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비어」, 「금관의 예수」, 「장일담 메모」 등이다. 둘째, 김지하가 세속 권력과 그리스도교 신앙의 대결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은 한국 개신교 신학에 영향을 끼쳤다. 특히 한국 개신교 신학자 서남동은 김지하의 시를 읽으면서 한국의 실천신학으로서 민중신학을 구상하였다. 그리고 서남동은 김지하를 민중신학자라고 부를 정도로 김지하의 문학 작품이 지닌 사상적 의의를 높이 평가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