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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HK+연구단 제27차 세미나(2020. 12. 17.)
작성일: 2020-12-22 조회수: 567 작성자: 한국고전학연구소

일시 : 2020년 12월 17일

장소 : 전주대학교 한지산업관 201호

발제 : 전종윤(전주대 HK교수)

주제 :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 HK+연구단은 제27차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전종윤 교수는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에 대해 발제하였다. 데리다(1930~2004)가 남긴 책들과 논문 그리고 대담 중에서 1993년에 출간된 마르크스의 유령들만큼 큰 화제와 논쟁을 불러일으킨 저작은 드물다. 왜 이 책이 큰 화제가 되었을까? 이 질문에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답변할 수 있다.

첫째는 이 책이 출간된 시기를 꼽을 수 있다. 1993년은 소련을 중심으로 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연쇄 몰락함으로써 현존하는 사회주의(또는 역사적 공산주의)가 종언을 고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며,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궁극적 승리에 대한 예찬이 울려 퍼지고 있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러한 승리의 예찬에도 불구하고 걸프 전쟁을 비롯하여 유고슬라비아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내전 및 수많은 아프리카 내전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종류의 내전·국제전이 세계 곳곳에서 분출하기 시작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둘째 이유는 데리다가 마르크스에 관한 책을 냈다는 사실이다. 그는 학생 시절인 1950년대부터 좌파 진영에 속해 있었고, 스스로를 좌파의 인물로 간주해왔다. 하지만 1980년대 말에 이르기까지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 그는 마르크스 및 마르크스주의 일반에 관해서나 정치 이론이나 정세에 대해서 극히 말을 아꼈다. 그리고 이러한 쟁점에 매우 신중하고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정치적 발언이나 참여가 활발한 프랑스에서 이런 태도는 호응을 얻기 어려웠다. 

셋째 이유는 이 책의 제목에서 짐작해볼 수 있다. 사실 “마르크스의 유령들”이라는 제목은 여러 측면에서 볼 때 범상치 않다. 시종일관 유령, 망령, 환영, 허깨비 등을 중심으로 마르크스의 저작들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자못 충격적이다. 데리다가 유령이라는 주변적이고 하찮게 보이는 단어를 중심으로 마르크스의 저작들을 독해하고 있는 까닭은 마르크스의 사상에서 유령이나 환영, 망령, 허깨비라는 주제가 양가적인 주제였음을 시사한다. 

“마르크스의 유령들”이라는 제목은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몰락을 기회로 삼아 사람들이 무력화시키고 또 몰아내고자 하는 “마르크스의 유령”을 가리킨다. 이제는 자유민주주의만이, 자본주의만이 유일하게 현실적인 체제로 살아남아 영속할 것이다. 하지만 데리다는 ‘마르크스라는 유령은 언제든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니, 그 환영마저 모두 몰아내자’라는 푸닥거리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의 유령은 다시 망령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자본주의의 궁극적인 승리에 대한 찬양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새로운 세계 질서” 속에서 출현하고 있는 “열 가지 재앙”(실업, 빈곤, 망명 및 이주, 경제전쟁, 자유 시장의 모순, 종족 간 전쟁, 외채 등)에 대한 분석을 위해서는 여전히 마르크스주의의 유산에 대한 상속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