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던지는 질문: 자유는‘편리함’의 다른 이름일까?
칼럼 주제‘자유(自由)’라는 두 글자를 받아 들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습니다. 학생 때 습관처럼 사전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자유란 ‘외부의 구속이나 얽매임이 없이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상태’라고 나오더군요. 그렇다면 갑자기 생각한 것은 “지금 우리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가장 자유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였습니다.
특히 요즘 누구나 다 알고 있는 AI(인공지능) 기술 발전은 우리에게 엄청난 해방감을 선물했습니다. 마우스 클릭 몇 번, 명령어 한 줄이면 복잡한 코딩을 해주고, 긴 논문을 요약해 주며, 심지어 멋진 그림이나 글을 대신 써주기도 합니다. 인간을 번거로운 노동과 시간의 구속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게 만들어 준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연구실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연구 인프라를 구상하다가, 문득 기묘한 서늘함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AI가 내 생각과 선택을 대신해 주는 만큼, 나는 정말 자유로워진 걸까? 아니면 AI가 차려놓은 보기 좋은 선택지 안에서만 움직이는‘생각의 게으름’에 갇힌 걸까?’
과거에는 하나의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 수많은 논문을 직접 뒤지고, 실패할 게 뻔한 실험 조건을 밤새워 수정하며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비효율적이고 구속된 시간처럼 보였지만, 역설적으로 그 땀 흘리는 과정에서 '나만의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진짜 지적 자유가 태어났습니다. 반면 모든 과정을 AI에게 맡긴 채 결과물만 손에 쥐는 편리함은, 우리에게서 '스스로 사유할 자유'를 조용히 앗아갈지도 모릅니다.
제가 연구하는 동물바이오 학문의 세계도 이와 닮아 있습니다. 실험실에서 줄기세포를 키워 장기 유사체를 만드는 오가노이드 연구가 그렇습니다. 세포에게 완벽한 배양 환경과 온실 속 영양분만 제공하면 아무 제약 없이 잘 자라는 것 같지만, 적절한 외부 자극과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조건이 부재하면 결국 고유의 입체적 기능을 갖추지 못한 채 단순한 세포 덩어리에 머물고 맙니다. 수많은 미생물이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인체 내 미생물 생태계)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생태계의 핵심은 '다양성'과 '끊임없는 상호 저항'에 있습니다. 특정 유익균에게만 유리한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거나 외부의 자극을 차단해 버리면, 오히려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고 작은 충격에도 쉽게 도태됩니다.
진정한 자유는 아무런 저항이 없는 '편리한 상태'가 아니라, 거친 환경 속에서 나만의 중심을 잡고 다양한 자극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능력'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몸담은 전주대학교의 강단과 캠퍼스도 이제 새로운 질문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학생 여러분! AI가 답을 주는 시대에 여러분의 자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기술이 주는 편리함을 누리되, 질문을 던지는 주체는 반드시 '나 자신'이어야 합니다. AI의 답변에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품고 스스로 검증해 나갈 때, 비로소 여러분은 기술의 노예가 아닌 학문의 진짜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거나 효율적인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기술의 홍수 속에서도 주체적인 사유의 인프라를 다질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합니다.
자유는 단순히 나를 얽매는 끈을 잘라내는 방임이 아닙니다. 거센 바람이 부는 세상 속에서 나만의 뿌리를 깊게 내리는 단단한 과정입니다. 오늘 하루, AI가 추천해 주는 알고리즘의 편식에서 잠시 벗어나 내 생각, 나의 발걸음으로 캠퍼스를 거닐어보는 건 어떨까요? 편리함이라는 달콤한 상자 밖으로 나와,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는 모두의 ‘건강한 자유’를 응원합니다.
2026년 7월 류재규 書-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