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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총서]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번역총서 2 <조센징에게 그러지마!>
작성일 2017-09-27 조회수 981 작성자 한국고전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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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센징에게 그러지마!>




 조선인을 겨누는 생생한 차별의 현장


한국과 일본은 지정학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뗄 수 없는 관계다. 독도 영유권과 일본군 위안부를 둘러싼 분쟁 등 해결되지 않은 과제들이 현재까지도 산적해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식민지시대의 유해한 유산은 지나가버린 사건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여전히 일제 잔재의 청산은 우리에게 중요한 과업이다.

1933년 조선헌병대사령부가 발간한 내부 극비자료를 번역한 『조센징에게 그러지마!』는 특이하게도, 일제강점기 조선인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말과 행동을 했던 일본인들을 다뤘다.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경우 가시적인 특징을 가지고 혐오를 조장하는 반면 일본인과 한국인은 겉으로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당시 일본인은 한국인을 ‘저열한 민족성’을 지닌 대상으로 낙인찍으며 그들의 우세함을 입증하려 했다. 식민지 조선에서 산 많은 이들이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더럽고 믿을 수 없으며, 무능한 사람으로 폄하됐다. 책에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자신이 우월하다고 믿었던 일본인들의 만행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독립 운동을 중심으로 서술되었던 기존의 역사책이 주목하지 않았던 일반 민중들의 삶과 생활 전반에 걸친 차별과 폭력에 대한 수많은 증거들을 제시해 준다.

그 차별의 구체적 증거로써, 일제강점기 당시 유행했던 ‘요보’라는 말이 있다. ‘여보세요’에서 파생된 이 단어는 조선인을 향한 경멸이 담겨있다. 내선융화를 부르짖으면서 일본과 조선은 한 몸임을 강조하면서도, 그 안에서는 끊임없는 구별짓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따라서 책의 머리말에서 “차별 없는 융합의 이상향”을 만들자는 조선헌병대사령관 이와사 로쿠로(岩佐緑郎)소장의 말은 공허한 외침이 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관계에서 사이좋게 잘 지내라는 말은 그 의도가 어찌되었든 다분히 폭력적이다.

조선헌병대사령부는 이 책을 극비로 일부 제한된 일본인과 조선인에게 배포하였다. 조선인들에게 반감을 산 일본인의 불손한 행위를 자료로 엮어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사 로쿠로는 “‘일본과 조선’은 이미 한 몸이며 동등한 일본 제국의 신민이다. 높으신 천황의 다 같은 백성이기 때문에 조선, 일본을 구분해 칭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언뜻 좋게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철저히 식민지하 지배계급의 시점에서 ‘체제에 거스르지 않는 조선인’에 한해 선택적으로 서술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책은 이런 차별을 행하는 일본인이 ‘일부’에 불과할 뿐임을 강조하고, 단지 ‘내선융화’를 방해하는 사례로 교훈적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책은 68건의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상점, 병원, 영화관, 이발관 등은 우리의 삶과 유리될 수 없는 일상적인 공간들이다. 바꿔 말하면, 그 시절의 조선인들이 일상적인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음을 시사한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벌어지는 조선인에 대한 이유 없는 비하는 현재에도 양상만 바뀌어 자행되는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혐오를 돌이켜 보게 한다. ‘혐오’와 ‘차별’은 2017년 현재의 우리에게도 유의미한 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