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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전학연구소 문경득(특별연구원)-전북일보 칼럼(2014.02.04)
작성일: 2014-02-12 조회수: 1528 작성자: 김남경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사랑은 사치가 아닌 필수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비용의 문제를 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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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2.04& ;& ;12: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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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득 전주대 사학과 박사과정
칼럼 제목이 마치 사랑을 다룬 드라마 제목 같지만, 하고자 하는 말은 요즘 젊은이들의 현실이다. 90년대 초반만 해도 당시 젊은이들을 ‘X세대’라고 했다. 1980년대의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적 풍요 속에서 자라나, 당시의 기성세대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보였기에 그렇게 불렀다.

하지만 지금 우리 시대의 젊은이들은 ‘3포 세대’라고 불린다. 이는 ‘연애, 결혼, 출산’, 이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연애결혼이 일반적인 현대에 있어, 연애의 포기는 자연스레 결혼과 출산의 포기로 이어진다. 늦은 나이에 결혼하는 풍조와 낮은 출산율 등의 통계가 이런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비참한 이유는 아마도 비용의 증가 때문일 것이다. 연애의 경우, 아마도 가장 흔한 데이트 코스가 아마도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차를 마시는 것일 텐데, 모두 돈을 써야만 한다. 어찌어찌 연애과정을 넘어가 결혼을 한다고 해도 내 집 마련을 위한 부동산 문제가 신혼부부의 발목을 잡는다. 출산도 마찬가지이다. 분유 값, 기저귀 값은 물론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이런 비용의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은 그들이 충분한 돈을 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젊은이들이 무능해서가 아니다. 기업과 자본의 이윤 증가가 더 이상 직원의 임금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3포 세대’는 빈익빈 부익부와 노령화 등 대한민국의 음울한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거시적인 사회·경제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 미시적으로 개인의 삶이라는 관점에서 3포 세대를 살펴보자. 어떤 사람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다는 것은 ‘사랑’을 포기한다는 뜻과 같다. 그것이 남녀 간의 사랑이든, 부모자식간의 사랑이든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을 포기하고 살아갈 수 있을까?

해리 할로우(Harry F. Halow)라는 심리학자의 실험은 간접적으로나마 그에 대한 답을 준다. 그는 차가운 철사로 만들어졌지만 젖을 주는 어미 원숭이와 부드럽고 따뜻하지만 젖을 주지 않는 어미 원숭이를 만들어 우리에 집어넣었다. 그 우리 안의 새끼 원숭이는 오랜 시간동안 부드럽고 따뜻한 어미 원숭이와 지내다가 배가 고플 때만 잠깐 차가운 철사로 만든 어미원숭이에게 가서 젖을 먹으러 갔다고 한다.

이렇게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갈구하는 새끼 원숭이의 본능은 인간에게도 있다. 때문에 몸과 몸의 접촉을 통해 이루어지는 사랑표현은 남녀 간은 물론 부모자식 간에도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사랑을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사랑 없는 삶이 얼마나 삭막하고 우울한지를. 따라서 현실이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고 해도 사랑은 포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결국 앞서 제기한 ‘우리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사랑해야만 한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는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비용의 문제를 넘어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고민할 필요하다. 하지만 이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상상력이 부족해 적절한 해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고, 연대(solidarity)가 약해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가 실패할 수도 있다. 그래도 사랑은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우리는 사랑하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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