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청강연] HK+연구단 제5차 국외전문가 초청강연(2020. 6.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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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20-06-11 조회수: 751 작성자: 한국고전학연구소 |
일시 : 2020년 6월 10일 15시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 HK+연구단(단장 변주승)은 2020년 6월 10일(목) 오후 3시 진리관 307호에서 김덕영 교수(독일 카셀대학교 사회학과)를 모시고 “돈과 영혼 – 게오르그 짐멜의 『돈의 철학』을 중심으로”이라는 주제로 국외전문가 초청강연을 열었다. 김덕영 교수는 카셀대학에서 교수자격논문을 쓰고 학위를 받았으며, 사회학의 선구자인 베버와 짐멜을 연구해온 사회학자이다. 이날 강연에서 김덕영 교수는 먼저 짐멜의 철학적 주저 『돈의 철학』 중에서 “이 책의 단 한 줄에서도 나는 경제학적 논의를 의도하지 않는다.”라는 구절을 인용하였다. 이는 짐멜에 있어서 철학은 형이상학적이고 연역적인 논의에만 머무르지 않고 경험적 일상세계를 다뤄야 하면서, 동시에 경험과학의 아류가 되지 않도록 철학적으로 대상을 고찰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렇기에 『돈의 철학』에서도 돈의 역사적 현상을 1부(분석편)에서는 “돈의 본질을 일반적 삶의 조건과 관계로부터 이해하고자” 한다면, 2부(종합편)에서는 그 역으로 “일반적 삶의 본질과 모습을 돈의 영향으로부터 이해하고자” 했다. 이렇게 살펴본 돈은 개인을 그 영혼으로부터 멀어지게도 하지만 다시 그 개인을 그 영혼으로 돌아가게 하기도 한다. 즉, 돈은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성격이나 특성을 갖지 않고, 많고 적음의 수량적 대소관계가 돈의 유일한 규준이다. 돈은 질적 차이보다는 양적 차이를 중시한다. 그러므로 돈이야말로 가장 객관적이고 비개성적이며 비인격인, 그리고 가장 비천한 존재이다. 이러한 돈은 개인의 주관적-인격적 특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모든 인간을 단순한 수량적 관계로 환원시킴으로써 수평화시키고 평준화시키고 평균화시킨다. 결국 돈은 현대인을 탈개성화시키고 탈인격화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그의 영혼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다. 그러나 다른 한편 돈은 현대인의 사회적 삶과 문화적 삶의 물적-경제적 토대가 된다. 돈이 가지는 양적 논리는 일정한 정도를 넘어서면서 질적 논리로 비약한다. 돈의 전형적인 논리인 탈개성화와 탈인격화로부터 해방되어 개성과 인격성을 추구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역설적이지만 다름 아닌 돈의 소유에 의해 주어진다. 다시 말해 돈의 물질적-경제적 논리에 구속되고 강제된 개인의 영혼이 바로 이러한 돈에 힘입어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짐멜은 영혼 혹은 자아가 다시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길로 ‘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즉, 근대적 화폐경제라는 바꿀 수 없는 전제 아래에서 돈에 기반하는 문화의 가능성, 자본주의의 자기논리에 함몰되지 않는 ‘문화’를 탐색하고자 했다. 자본이 생산해낸 ‘객관문화’를 돈을 통해 소유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를 자신의 인격과 영혼을 성장시키고 발전한 ‘주관문화’라는 개념을 통해 소유와 존재가 결합하는 현상을 제시하고, 이러한 결합이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짐멜의 『돈의 철학』을 통해 한국 사회를 바라보면, 돈에 대한 극단적으로 상반되는 두 가지 태도, 즉, 돈의 신격화와 돈의 악마화를 관찰할 수 있다. 전자는 돈이 전능한 신이 되어 모든 것을 돈이나 화폐가치의 관점에서 보면서 그 의미나 가치마저 돈이나 화폐가치로 환원시키게 되는 현상이다. 후자인 돈의 악마화는 돈을 정신과 문화의 타락이나 파괴의 원인으로 보며, 돈에서 모든 악의 근원을 찾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러한 두 태도 모두 모든 인과를 경제로부터 도출하고 환원시킨다는 점에서 경제결정론, 즉 유물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이 천박한 경제결정론적-유물주의적 상태를 벗어나려면 돈이 탈신격화되고 탈악마화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우리는 돈이라는 자본주의적 사회질서의 물적-경제적 토대에 기반하지만 결코 그 토대에 함몰되지 않으면서 개인의 인격과 자유 및 주관문화를 함양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한국 사회에서는 경제적 주체가 집단주의를 넘어선 개인주의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때의 경제적 개인주의는 각 개인이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인격체로서 자신의 소득, 지출, 저축 및 투자 등을 스스로 계산하고 통제하며, 그리하여 자신의 삶과 미래를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경제적 자기결정권의 문제이다. 김덕영은 이러한 경제적 개인주의를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사회적 전제조건을 제시하였다. 첫 번째 조건은 개인이 경제적으로 가족으로부터 분리되는 것,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독립되는 것이다. 두 번째 조건은 합리적인 화폐경제가 발전해야 한다. 즉, 돈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직업, 투자, 사유재산, 시장 ― 재화시장, 자본시장, 금융시장 등 ―, 보험 및 연금 등의 발전을 의미한다. 세 번째 조건은 근대적 개인주의의 확립에 있다. 근대적 개인주의란 각 개인이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인격체로서 자신의 삶과 행위의 중심이 되며 동시에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개인주의는 원자화된 개인을 옹호한다기보다는,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집단주의와 다른 원리에 의해 재구성하는 것을 뜻한다. 이후 돈과 영혼을 둘러싼 짐멜의 주장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집단주의와 유교문화의 문제, 부르디외가 말한 ‘문화자본’이라는 관점에서 짐멜이 말하는 문화의 실현 가능성 문제 등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한편, 전주대 한국고전학연구소는 2011년에 설립되어 한국고전번역원의 권역별 거점연구소 협동번역사업과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학 기초자료 사업 등의 연구를 진행해왔으며, 2018년 5월 1일에 2018년도 인문한국플러스(HK+)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근현대 유교문화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재사유를 통해 급격한 사회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미래 공동체의 대안 모색에 주목하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